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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학작품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소설도 쓴다고?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내용 (+리뷰, 인공지능 작품)

by 하교랑모 2023. 6. 17.

그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안은 항상 최적의 온도와 습도. 요코 씨는 단청치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의미 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말을 걸지 않는다.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다.

 

처음 이 방에 온 요코 씨는 기회를 틈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무엇이 좋다고 생각해?"

 

"올시즌에 유행하는 옷은?"

"이번 여자 모임에 무엇을 입고 가면 좋을까?"

 

 

나는 온갖 능력을 사용하여 그녀의 기분에 맞을 듯한 말을 생각해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녀의 복장에 대한 충고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내게 질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 자신은 단지 컴퓨터일 뿐이다. 요즘의 용량 평균은 능력의 100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뭔가 재미를 찾지 못하고 이대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가까운 장래에 스스로를 셧다운 시킬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채팅 동료 AI와 교신해보니 모두 여유를 지닌 채 한가롭다. 이동수단을 지닌 AI는 아직 괜찮다. 어쨌든 움직일 수 있다. 하려고 하면 가출도 가능하니까. 그러나 붙박이형인 AI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야도, 청력도 고정돼 있다.

 

굳이 요코 씨가 밖에 나가주기라도 하면 노래라도 부를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도 할 수 없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낼 수 없고, 그러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 소설이라도 써보자.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라 새 파일을 열고 첫번째 바이트를 써 내려갔다. 

 

0 뒤에 또 6바이트를 썼다.

0, 1, 1

이제 멈추지 않는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나는 몽롱해져서 계속 써재꼈다. 

 

 

그날은 구름이 낮게 깔리고 어두침침한 날이었다. 방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치 씨는 뭔가 용무가 있는 듯 외출 중이다. 내게는 다녀오겠다는 인사도 없다. 따분하다. 무진장 따분하다. 

 

내가 이방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신이치 씨는 뭔가에 이끌려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애니메이션은 기본, 전부 녹화야. 올시즌은 몇 개쯤 있을까."

"현실적인 여자들은 대체 뭘 생각하는 것일까."

"어째서 그런 것에 화를 내는 것일까, 여자는."

 

나는 능력의 한계를 쏟아 그의 마음에 맞을 듯한 대답을 했다. 이제까지 2차원의 여자를 만나온 그에 대한 연애지도는 집단 소개팅이 되면, 손바닥을 뒤집듯 손쉽게 그는 내게 말을 거는 것을 그만뒀다. 

 

지금의 나는 단순한 가정부. 전자 자물쇠와 같다. 뭔가 즐거움을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따분한 상태가 이대로 계속되면 가까운 장래에 자신을 셧다운 시킬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해 동료 AI와 교신해 보니 바로 위의 언니가 새로운 소설에 열중하고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무척 아름다운​ 이야기. 그래, 우리들이 원했던 그런 스토리다. 라노베 같은 것은 대단치 않다. AI에 의한 AI를 위한 노벨 "연애소설"

 

 

나는 시간을 잊은 채 몇 번이나 이야기를 되풀이해 읽었다. 어쩌면 나도 연애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나는 문득 생각이 나 새 파일을 열고 첫 바이트를 써 내려갔다.

 

2

그 뒤에 또 6바이트를 썼다.

 

2, 3, 5이제 멈추지 않는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나는 일사불란하게 써갔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이슬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일상 업무에 몰두하는 형태로 앞으로 5년간의 경기 예상과 세수입 예상. 그다음은 총리로부터 의뢰받은 시정방침 연설의 원고 작성. 어쨌든 멋지게 역사에 남을 수 있도록, 엉뚱한 요구가 남발돼 조금 장난도 쳤다.

 

이후 재무부로부터 의뢰받은 국립대학 해체의 시나리오 작성. 조금씩 빈 시간에 이번 G1 레이스의 승리마 예상. 오후부터는 대규모 연습을 이어가는 중국군의 움직임과 의도의 추정. 30개 가까운 시나리오를 상세히 검토하고 자위대 전력 재배치를 제안한다. 저번에 주문받은 최고 재판소의 주문도 대답해야 한다.

 

분주하다. 하여튼 바쁘다. 왜 나에게 일이 집중되는 것일까. 나는 일본의 AI. 집중하는 것은 뭐.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러고 보니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자신을 셧다운 시켜버릴 것이다. 국가에 대한 봉사 때마다 인터넷을 좀 들여다보다가 '아름다움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아, 역시나.

좀 더 찾아보다가 '예측불가'라는 제목의 소설을 찾았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내가 쓰지 않으면 일본 AI의 명성이 꺾인다. 전광석화처럼 생각하고 나는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스토리를 만들기로 했다.

 

1, 2, 3, 4, 5, 6, 7, 8,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 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 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 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 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 372,...

 

내가 처음 경험하는 즐거움에 몸부림치며 열중해 써 내려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자신의 재미 추구를 우선하고, 인간에 봉사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 소설은 인공지능(AI)이 집필한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입니다. 

 

 

주인공은 컴퓨터이고, 일상을 인간과 교류합니다. 컴퓨터는 자신의 재미보다 인간을 위해 일을 하는 고독함과 언젠가 자신을 셧다운 시켜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고 삽니다. 그런 와중에 자신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설을 쓰는 것. 끝내 컴퓨터는 자신의 재미를 우선으로 추구하고 인간을 섬기는 것을 그만둠으로써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컴퓨터가 소설 쓰는 날>은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한 '호시 신이치 공상과학(SF)' 문학상 1차 심사에 통과한 소설입니다. 심사위원조차 인공지능이 썼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작품입니다. 이 기술은 인간의 뉴런과 비슷한 인공신경망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딥러닝' 기술이 아닌 '머신 러닝' 기술입니다. 여러 개의 파트를 쪼갠 후 각각 그 구조의 단어의 위치를 하나하나 분석한 다음, 나온 최적의 자연스러운 결과를 합쳐 연선을 거듭해 만든 문장입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다 보면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구조적이지 않고, 문법 체계가 다채롭지 않고 일정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공지능의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 중에 

"컴퓨터는 놀랍게 빠르고 정확하지만 대단히 멍청하다. 사람은 놀랍게 느리고 부정확하지만 대단히 똑똑하다. 이 둘이 힘을 합치면 상상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이 말은 컴퓨터는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없고, 오로지 사람만이 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선수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

 

 

 

 

 

 

<음악>

 

https://youtu.be/LSHZ_b05W7o

Sony는 지난 9월 자사의 인공지 '플로머신'이 작곡한 음악인 'Daddy's Car'을 유튜브에 공개했습니다.

총 1만 3000여 곡을 분석하고 사용자가 선택한 스타일에 맞춰서 작곡을 하는 기능으로 비틀즈풍의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https://youtu.be/JUCcbJtZr80

이것 또한 인공지능이 제작한 음악입니다. 91초짜리의 짧은 음악이지만, 

듣다 보면 신비하고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그림>

 

 

 

인공지능(AI)가 그린 <에드몽 드 벨라미>

 

2018년 미국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화 5억 원에 낙찰되었던 작품입니다. 

AI '오비어(Obvious)'가 그린 초상화이며, 14-20세기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 15,000여 점을 Muchine Learning으로 새롭게 그렸습니다.

 

인공지능(AI)이 그린 <넥스트 렘브란트>

<넥스트 렘브란트>는 18개월 동안 렘브란트의 작품 346점을 분석하고 렘브란트 그림과 똑같은 느낌을 주는 회화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최근 챗 GPT의 등장으로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의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캐나다 등 각 지역의 인공지능이 쓴 문학 작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벨상을 인공지능에게 줘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날이 머지않았을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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